선관위 사이버 보안점검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는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 모습 출처: 국가정보원
선관위 사이버 보안점검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는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 모습 출처: 국가정보원

12월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선거부정 의혹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국방부 장관에서 선관위 전산시스템 점검을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것이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 중 하나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선관위 시스템이 해킹을 당해서 선거부정이 이뤄진 것처럼 말했습니다. 그 근거로 국가정보원의 선관위 보안 관련 발표 내용을 언급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국정원의 발표 자리에 제가 직접 있었습니다. 국정원의 발표 내용도 듣고 관계자들에게 관련 내용도 들었습니다.

현장에 있었던 저는 윤 대통령이 12월 12일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23년 10월 10일 국정원은 경기도 판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관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합동으로 진행한 선거시스템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앞서 그해 5월 정치권과 일부 언론 등에서 북한 해킹 그룹이 선관위를 해킹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3개 기관이 합동으로 점검한 것입니다.

국정원이 발표한 점검 결과에 따르면 선관위 직원이 사용하는 인터넷용 PC가 악성코드에 감염돼 해당 PC에 있던 일부 문건이 유출됐습니다. 또 선관위 시스템에 여러 보안 취약점이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정원은 선관위 내부망과 시스템에 해커가 침투한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보수언론 기자들이 해킹으로 선거 결과를 바꾸거나 선거부정이 이뤄진 것은 아닌지 집요하게 질문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 관계자는 해킹으로 선거부정이 이뤄진 것이 확인된 바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만약 국정원이 해킹을 통한 선거부정을 이야기했다면 당시 언론들이 선거부정 기사를 썼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내용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국정원 관계자는 당시 저에게 발표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선관위에 대한 보안 점검 결과 앞으로 해커들에게 악용될 수도 있는 취약점이 있었고 그것을 시정해서 문제를 막기 위해서 발표를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취약점을 보완하자는 취지의 발표이지 선거부정을 주장하거나 정치적인 내용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보고가 됐을 것입니다.

그런데 12월 12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원의 보안 점검 발표 내용이 선거부정의 근거라는 것처럼 발표했습니다. 국정원 관계자들도 아니라고 한 것을 대통령이 싹 바꿔서 국정원이 선거부정을 주장한 것처럼 호도한 것입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선관위가 국정원 등의 시스템을 공개하지 않고 협조하지 않는다고 엄청난 의혹이 있는 것처럼 말했습니다.

선관위가 일부 그렇게 한 것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정보기관이 선관위 시스템에 깊이 관여하게 되면 그것이 오히려 조작 의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관위 시스템이 국정원의 손을 거친다면 야당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것이 오히려 선거부정 의혹을 가져올 것입니다. 그래서 선관위는 중립 유지를 위해 가급적 민감한 기관들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사실 관계를 바꾸고 선동을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국정원에 확인하면 명백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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