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두칼레 궁전에는 초상화로 가득한 공간이 있다.
약 1000년 간 존속했던 베네치아 공화국의 역대 최고지도자 '도제'들을 기념하기 위해 초상화를 걸어둔 것이다.
그러나 초상화 대신 검은 수의로 가려진 공간이 있다. 베네치아 공화국의 55대 도제 마리노 팔리에로의 초상화가 있어야 할 자리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외교관 출신인 마리노 팔리에로는 1354년 9월 도제로 선출됐다. 베네치아의 도제 임기는 종신직으로 보장됐다. 하지만 도제는 국가지도자였지 왕은 아니었다. 도제는 보좌관들, 위원회 위원들과 협의, 논의를 통해 정치를 하도록 돼 있었다.
마리노 팔리에로는 위원회와 함께 정치를 하는 공화제를 부정하고 1355년 4월 친위쿠데타를 일으켰다. 그가 친위쿠데타를 일으킨 이유에 대해서는 왕이 되려했다는 설도 있고, 그의 부인이 위원회 관계자에게 비난을 받은 것에 분노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도제가 위원회와 갈등이 있다고 해서, 또 위원회 위원들이 자신의 부인을 비난했다고 해서 쿠데타가 정당화 되지 않았다. 도제가 인내심이 없고 무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 것 뿐이었다.
결국 마리노 팔리에로의 쿠데타는 실패했다. 과거 역사적 사례를 보면 마리노 팔리에로는 장기 구금형이나 국외 추방형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베네치아 공화국은 가장 강력한 처벌을 선택했다. 공화국은 마리노 팔리에로를 반역죄로 참수했으며 그를 지지하고 공모했던 10명의 목을 매달아 광장에 전시했다.
더 나아가 공화국은 마리노 팔리에로에 대해 기록말살형을 선고했다. 기록말살형은 그 사람에 대한 업적과 기록을 삭제하고 악행만 남기는 것이다. 가장 극악한 반역자, 역사의 죄인에게 내려지는 형벌이다.
베네치아 공화국이 마리노 팔리에로를 강력하게 처벌한 이유는 공화국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만약 그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거나 용서할 경우 또 다시 쿠데타가 일어나고 또 다른 왕을 꿈꾸는 도제가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쿠데타 세력에 대한 극단적 처벌은 반역을 꿈꾸는 자들에게 강력한 경고가 됐다. 실제로 베네치아 공화국은 마리노 팔리에로 처형 후 약 440년을 더 존속할 수 있었다.
만약 친위쿠데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또 다시 쿠데타가 발생했다면 베네치아 공화국은 얼마 가지 않아 무너졌을 것이다.
이와 비교되는 것은 과거 남미, 아프라카, 동남아 일부 국가들이다. 쿠데타가 용인되는 분위기, 쿠데타 세력에 대한 미흡한 처벌로 수시로 쿠데타가 일어났다. 그로 인해 사회 질서가 붕괴되고 경제가 무너졌다.
지난해 12월 3일 발생한 비상계엄 내란으로 대한민국의 여파와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같은 혼란을 끝내는 근본적인 방법은 죄를 지은 사람들을 법에 따라 강력히 처벌하는 것이다.
만약 12월 3일 비상계엄 내란을 처벌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쿠데타가 이어질 것이다.
향후 집권하는 대통령이 야당이 마음에 안 든다고 군대를 동원해 정적들을 제거하고 총리, 국방부 장관 등이 대통령이 싫다고 정변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쿠데타에 실패한다고 해도 그들은 12월 3일 비상계엄 내란 사례를 들어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수시로 쿠데타가 일어나는 그런 나라가 된다면 국가 신용도는 급락하고 외국 기업과 외국인 투자도 철수할 것이다. 경제가 붕괴되고 사회 질서도 무너지고 진짜 폭동이 발생할 수도 있다.
베네치아 공화국의 도제가 왕이 아닌 것처럼 대한민국 대통령도 왕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공화제를 유지하려면 베네치아 공화국처럼 12월 3일 비상계엄 내란의 주범인 윤석열 대통령과 공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민주공화국은 무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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