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을 세우고 일을 추진하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정보다. 정보는 자산이며 무기라고 할 수 있다. 정부 기관이나 기업들이 북한과 관련된 정책, 전략을 수립할 때 정보가 있어야 한다. 북한과 협력을 하려고 하는데 아무런 정보가 없다면 그것은 눈을 감고 계약서에 사인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북한은 과학기술과 IT를 통한 경제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남한이 북한과 협력을 할 때 과학, IT가 주된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런데 북한 과학, IT에 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협력 계획을 짜고 또 협력을 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때문에 북한 과학기술, IT 정보는 중요하다.

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북한 과학기술, IT 정보를 취합, 통합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부에서 북한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거기에는 일부 과학기술 자료도 포함된다. 그러나 과학기술 분야는 특수성,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전문적 관리가 필요하다. 북한도 과학기술전당을 중심으로 과학기술 정보를 취합, 관리하고 보급하는 방안을 수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다. 

이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들, 대학, 연구원, 기업 등에서 북한 과학기술, IT 정보를 취합해 관리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개별적으로 이뤄진다. 더구나 민간 부문에서 확보한 북한 과학기술, IT 정보의 실태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체계적이지 못한 북한 과학기술, IT 정보의 관리는 정보의 분실을 가져올 수 있으며 효율성을 떨어트린다. 극단적으로 다량의 정보가 사라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필자가 운영했던 디지털허리케인에 약 1500건의 자료가 있으며 현재 운영 중인 NK경제에는 1100여건의 기사가 있다. 만약 갑작스럽게 필자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게 됐을 때 어쩌면 이 정보들 역시 먼지처럼 사라질 수 있다. 물론 개인적인 대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각자 북한 과학기술, IT 정보를 보유한 연구자, 연구소, 기업, 개인 등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정보들이 활용되지 못하고 우여곡절 끝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과 IT 협력을 추진하던 중소기업이 파산해 정보가 사라지거나 북한 IT를 연구하던 교수가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쓰러져 누구도 그의 컴퓨터에 있던 북한 IT 관련 자료를 못 찾을 수 있다. 

필자는 북한 과학기술, IT 정보 허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우선 과기정통부와 산하 기관들, 협단체 그리고 통일부, 통일연구원, 국방부, 외교부, 국정원 등 유관기관들이 보유한 북한 과학기술, IT 정보를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1차적으로 이들 정보를 통합 관리해야 한다.

이어 2차로 대학, 연구소, 기업 등이 보유한 북한 과학기술, IT 정보 확인을 요청하고 정보의 공유 등을 부탁해야 한다. 개인 연구자들이 보유한 정보에 대해 자율적으로 기부를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민간 부분에서의 정보 수집은 강제로 이뤄져서는 안 되며 자율성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오히려 자발적으로 정보 기부를 끌어내기 위해 정보통합의 효용성을 설명하고 기업, 대학, 연구소, 개인 등에게 혜택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북한 과학기술, IT 정보 허브를 만드는 작업이 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는 없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모으다보면 허브가 만들어질 것이다. 10년~20년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진돼야 한다. 북한 과학기술, IT 정보를 전문적으로 수집 관리하는 독립적인 기구, 기관을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북한 과학기술, IT 정보 관리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고 기관, 기업, 부처, 대학 간 경쟁과 갈등을 방지할 수 있다.

북한 과학기술, IT 정보 허브가 만들어진다면 활용되지 못하는 정보, 사라지는 정보를 줄일 수 있다. 정부가 북한 과학기술, IT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데 허브가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북한을 연구하는 사람들과 북한과 과학기술, IT 협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지금처럼 정보를 찾아헤매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앞으로 남북, 북미 관계가 좋아질 수도 있고 다시 나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통일에 대한 준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통일 준비의 기본은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며 활용하는 것이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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