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조선이 언론에 요청한 내용

최근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침입 사건이 자유조선의 소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조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형인 김정남이 피살된 후 그의 아들 김한솔을 도피할 수 있도록 도운 구 천리마민방위가 이름을 바꾼 단체다. 

천리마민방위는 지난 3월 1일 이름을 자유조선으로 바꾸고 반북한 활동을 표방한 바 있다.

필자는 이 단체 활동의 정당성이나 동의, 반대 여부를 떠나서 한 가지 이야길 하고 싶다. 그것은 북한 관련 언론보도에 관한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사람들을 위험하게 하는 보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언론으로써 자격이 없는 것이고 인지했는데 보도한다면 양심이 없는 언론이다.

3월 28일 자유조선이 북한 대사관을 침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유조선 구성원들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들의 국적, 이름은 물론 사진까지도 보도되고 있다. 말 그대로 특종 경쟁인 것이다. 

그런데 자유조선은 2019년 3월 17일 언론사와 기자들을 상대로 단체 구성원들의 신상을 보도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 자유조선은 구성원들의 신상이 알려질 경우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들 그리고 북한에 있는 가족, 친척들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유조선의 요청은 일방적인 것으로 그것을 수용할지 말지 여부는 언론사와 기자가 판단해야 한다.

NK경제는 다른 매체들과 마찬가지로 자유조선에 대해 취재를 했지만 이 요청을 확인한 후 자유조선 구성원들에 대한 보도를 하지 않았다. 자유조선에 대해 보도를 할 때도 신상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제외했다.

왜냐하면 NK경제는 좌파, 우파, 신념을 떠나서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NK경제는 앞으로도 이런 원칙을 고수할 것이며 자유조선 뉴스에도 계속 적용할 것이다. 

자유조선을 보는 시각이 어떤 사람에게는 영웅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범죄자일 수도 있다. 그들의 행위가 법을 위반한 것이라면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자유조선 구성원들도 처벌의 위험성을 감수하고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설령 그들이 법을 위반했다고 해서 그들이 법적인 처벌이 아니라 비합법적인 위협을 당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그들의 가족, 지인, 친지들이 위협을 받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가족, 지인, 친지들은 죄가 없다.

그런데 자유조선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언론들이 자유조선 구성원들의 개인 신상 정보를 보도하고 있다. 이들의 신상이 알려지면 위에서 우려한 일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기사 때문에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는다면 그 기자와 언론사는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 내용으로 또 다시 선정적인 보도를 할지도 모르겠다. 

신상을 보도한 언론사들은 보도의 자유와 국민들의 알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보도의 자유와 국민들의 알권리도 중요하다. 하지만 알권리가 사람의 목숨보다 소중한지 물어보고 싶다. 또 디테일한 신상 정보가 알권리에 속하는지도 묻고 싶다.

언론의 자유와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보도를 한 것인지 아니면 특종 경쟁과 클릭수를 높이기 위해 보도를 한 것인지 그들 스스로 잘 알 것이다. 

북한 관련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다보면 이같은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특종의 유혹과 보도윤리 사이에서 고민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뉴스도 특종도 사람이 보는 것이다. 사람을 저버리고 특종을 쓴다면 그것은 특종이 아니라 흉기일 뿐이다.

언론사들과 기자들 스스로 자신의 글이 흉기가 아닌지 돌아보길 권하고 싶다. 계속 사람을 저버리는 기사를 쓴다면 결국 사람들이 그 언론사를 저버릴 것이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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