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이에서 남북 관계, 통일 문제 만큼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리는 분야도 많지 않다. 이념, 성향에 따라 주장이 극과 극이다. 그런데 남북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념이나 성향과 상관없이 공통된 견해가 있다. 그것은 통일부에 대한 비판이다.

일부 사람들은 통일부라는 단어만 들어도 한숨부터 쉰다. 아이러니하게도 통일부가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 이념과 성향, 세대를 넘어 국민들을 단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일부는 비판하는 사람들은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럴까? 남북 관련 취재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통일부와 관련된 여러 경험담을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들은 이야기이다.

때문에 필자가 직접 경험한 이야길 하고 싶다. 그 속에 사람들이 통일부는 비판하는 이유가 들어있다.

필자는 예전에 북한의 태블릿PC를 제3국을 통해 들여와서 취재를 하려고 했다. 그래서 남북교류협력법과 관련된 내용을 확인한 후 통일부에 신고를 했다. 그리고 얼마 뒤 통일부 관계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통일부 관계자는 5.24 조치(남북 교류를 중단한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 조치)로 인해 북한 물품 반입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북한 물품을 수입해서 판매를 하거나 수익을 내려는 것이 아니라 취재라는 공익적 목적에서 진행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언론들이 북한 문건을 입수해서 보도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통일부 관계자는 5.24 조치 때문에 안 된다고 말했다. 다시 필자는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신고를 진행하는데 5.24 조치가 법 위에 있는 것인지 통일부 관계자에게 문의했다. 관계자는 그것은 아니라면서도 국민으로써 또 사회적 역할을 하는 기자로써 5.24 조치를 지켜달라고 주장했다.

결국 필자는 태블릿PC 반입을 포기했고 반입 신청도 철회했다. 여기까지는 이해를 했다. 문제는 그 이후 발생했다.

얼마 후 다른 남한 신문사에서 북한 태블릿PC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필자는 통일부에 전화를 했다. 분명 5.24 조치로 북한 태블릿PC 반입을 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저 기사가 무엇이냐고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보도를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황당한 필자는 신고를 하고 보도를 하겠다고 설명했는데 왜 거부했는지 물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5.24 조치가 지켜져야 하기 때문에 필자에게 그렇게 말한 것이고 저쪽 언론에서는 신고를 안하고 반입했는데 취재 목적이기 때문에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글을 읽으면서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것이다. 한마디로 횡설수설한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달라졌을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18년초 NK경제를 창간하면서 통일부에 출입 기자 등록을 문의했다. 출입 기자 등록을 해야 보도자료를 바로 받아보고 브리핑과 주요 행사 일정에 대한 정보를 받을 수 있다.

대변인실에 연락해 남북 화해협력 시대를 맞아 북한 경제, 산업, IT 등 새로운 시각을 다루는 매체를 창간했으며 이에 통일부 출입기자 등록을 하고 보도자료를 받고 싶다고 했다.

대변인실 관계자는 담당자와 통화하라고 전화를 넘겼다. 담당자에게 다시 NK경제 창간 취지를 설명을 했다. 그런데 담당자가 말했다. "꼭 등록을 하셔야 해요? 왜 등록하려고 하세요." 당황한 필자는 다시 남북, 통일을 다루는 매체이니 통일부 보도자료도 받고 행사 소식이나 브리핑 내용도 알고 싶다고 했다. 

그럼에도 담당자는 보도자료가 필요하면 통일부 홈페이지에 올리는 보도자료를 보면되는데 기자라고 등록해서 보도자료를 받아봐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래도 정하고 싶으면 찾아오라는 설명이었다.

필자는 기자생활을 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 국정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 경찰청, 한국은행 등 여러 부처와 기관에 출입하고 관계자들을 취재했었다. 그런데 통일부처럼 대응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대변인실에서는 자기 부처에 관한 좋은 기사가 더 많이 나가도록 노력한다. 또 오보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보내고 질문에 대답을 해준다. 물론 출입하는 언론사가 늘어나면 일이 늘어나기 때문에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통일과 남북 관계를 위해 매체를 창간하고 그에 대한 기사를 쓰겠다는데 왜 하느냐고 반문하고 보도자료는 홈페이지에서 보라는 이야길 들었다. 필자의 주변 기자들은 평화경제를 한다는 문재인 정부에서 참 황당한 일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기자는 굴욕을 당하고도 NK경제를 운영하고 통일부 홈페이지에서 보도자료를 보고 통일부 기사도 써주냐고 반문했다.

두 가지 일화에 통일부를 비판적인 사람들의 지적이 담겨있다. 무책임, 귀차니즘, 복지부동이 그것이다. 

물론 통일부의 모든 공무원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오늘도 분명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이 있을 것이다.

통일부가 사람들의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 

통일부는 국민들에게 통일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돼야 한다. 가끔 통일부 관계자들이 자신들을 정보기관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 1980년대 1990년대에 그랬을지 모른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 사회, 경제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면서 남북 관련 사안은 모두 통일부가 담당할 수도 없고 그것을 밀실에서 진행할 수도 없다.

통일의 길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일부가 국민, 기업, 민간단체 등에 남북 협력, 대북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서비스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서비스는 남북 협력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 국민, 기업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풀어보려는 시도하고 노력하는 것이 서비스다.    

이를 위해 우선 투명하고 개방적인 통일부가 돼야 한다. 밀실, 비밀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청와대도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 국무회의, 행사 축사 등을 하면 바로 직후 내용을 페이스북에 공개한다. 

통일부는 진행하는 각종 회의, 장관 발언, 주요 정책과 결정 사항을 전부 공개해야 한다. 북한이탈주민 판문점 송환 사건을 기억해보자. 밀실에서 일을 진행하다가 언론에 노출된 후 통일부는 뒤 늦게 해명에 나섰다. 때문에 의혹을 받았다.

통일부는 각종 북한, 통일 관련 정보를 쌓아 놓지 말고 개방해야 한다. 지금도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부분적이고 또 일부 정보는 원문을 보기 어렵게 돼 있다. 가능한 최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북한 연구와 대북 사업 등이 활성화 될 수 있다. 정보 개방이 관련법 때문에 어렵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것이 통일부의 역할이다.

통일부는 메기 효과를 노려야 한다. 물론 지금도 외부 전문가들을 채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늘여야 한다. 새로운 인재들 특히 젊은 전문가들을 영입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조직에서 누가누가 그 자리에 없으면 안 된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작 바꿔도 조직은 돌아가게 돼 있다.

이와 함께 서비스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통일부 전 직원들이 국민들에게 통일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과 컨설팅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원로들의 이야기 뿐 아니라 젊은 층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원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일 정책에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10대, 20대, 30대의 목소리를 듣고 통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어리다고 생각하지 말고 청년들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그들에게 고개숙여 의견을 구해야 한다. 통일부 청년 자문단을 꾸려서 통일부 장관이 직접 그들과 소통하고 건의를 받는 것도 방법이다.

필자가 통일부를 비판하는 것은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통일부가 없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람들 사이에서는 통일부가 통일의 걸림돌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각 부처가 분야별로 통일, 남북 관계 업무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남북 농업은 농림부가, 남북 문화는 문체부가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통일부는 사무국 수준으로 축소해 총리실 산하 기구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상 통일부 해체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계속 통일부에 대한 불만이 높아진다면 미래를 알 수 없다.

필자는 이명박 정부 초기 정보통신부 해체를 본 적이 있다. 그 당시 설마 정보통신부가 해체되겠느냐고 생각했던 직원들도 많았다. 

통일부는 통일부에 연락하는 국민, 기업, 단체들을 고객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응대해야 한다. 그들에게 더 좋은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편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법제도, 남북 상황, 유관 부처와 협력 문제 등 서비스 제공이 쉽지 않다. 그러나 어렵다고 시도 조차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통일을 위해 어려워도 가야하는 것이 통일부의 역할이다. 오히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국민들을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비판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통일부가 될 것이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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