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면서 싸움을 한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고 목표와 이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 뿐 아니라 기업, 기관, 국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모든 싸움에는 넘지 말아야할 선이 있다. 그것은 폭력, 즉 무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웃집끼리 다툼은 말 그대로 다툼이지만 한 사람이 칼을 들고 와서 다른 사람을 위협하거나 찌른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다툼이 아니라 상해, 살인미수가 되는 것이다.

최근 남북 관계가 폭풍 전야의 상황이다. 북한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았다. 이후 북한은 남한 당국을 비난하기 시작했고 연락 단절을 선언했다. 

북한이탈주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 문제는 남한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이다. 또 북한이 남북 관계에 다른 의견이 있거나 불만이 있다면 그것을 말할 수 있다.

그런데 6월 13일 북한은 김여정 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담화를 통해 "멀지 않아 쓸모없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남한 당국이 궁금해 할 그 다음의 계획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암시한다면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형체 없이 파괴한다는 것은 단순히 사무소 철수, 중단과는 다른 문제다. 이것에 대해 무력, 폭력 행사로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북한이 군을 동원해 행동하겠다는 것은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암시한 것이다.   

북한이 만약 실제로 이같은 행동을 한다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우선 남북 관계가 파탄이 날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뿐 아니라 차기 남한 정부의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다시 남북이 대결하는 상황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더구나 북한이 무력을 사용하면 그동안 남한에서 북한과 화해, 협력, 평화를 주장해 왔던 사람들의 입지는 다시 크게 줄어들 것이다. 사람이 다치고 죽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누가 앞장서서 남북 화해, 협력을 주장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북한이 비난하고 있는 사람들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남북 관계만 문제가 아니다. 북한이 무력을 사용한다면 미국은 물론이고 현 상황을 관망하던 유럽, 중국, 동남아 등도 북한에 등을 돌릴 수 있다.

물론 북한 입장에서 이미 강력한 대북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남한이나 국제 사회와 갈등이 큰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다. 현재 많은 나라들이 앞으로 개발될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확보와 생산을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다. 이것은 어느 한 나라의 힘 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분명 북한도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대량 확보를 위해 협력을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누구와 협력을 할 것인가?

중국, 러시아가 북한의 우방이라고 해도 그들은 자국 중심주의가 강하다. 북한은 중국이 13억명의 백신 접종을 다 끝낼때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같은 민족인 남한과 손잡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다.  

무력 사용으로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을 수 있다. 설령 사람들이 다치지 않는다고 해도 무력 사용 그 자체가 사람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준다. 충격과 공포는 증오심으로 바뀔 수 있다.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나 군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것은 최악의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이와 더불어 북한은 남한에 대해 비꼬는 말투와 욕설도 중지해야 한다. 비판을 하는 것과 비꼬면서 욕설을 하는 것은 다르다. 

결국 싸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주 앉아서 대화를 해야 한다. 비난을 하고 욕을 하려면 차라리 마주 앉아서 할 것을 북한에 권하고 싶다. 북한 당국자들이 북한 언론을 통해 청와대, 통일부 등을 욕하고 있는데 직접 만나서는 왜 못하는가? 만나서 서로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라.

남한 역시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비난하는 말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남북 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남북 대화를 시도, 추진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다툼은 언제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폭력이라는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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