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해 진행된 통일 디자인 심포지엄 모습

북한 스마트폰에 탑재된 앱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분석한 결과 미국 구글의 표준 가이드라인과 북한의 자체 양식이 혼재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본 앱에는 구글의 머트리얼 디자인(Material Design)이 적용됐지만 추가로 개발해 탑재한 앱 UI에는 북한 디자인의 특성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12월 18일 오후 국민대학교 통일디자인랩(연구실)과 한국디자인학회, 통일과나눔재단, 통일부 등이 온라인으로 개최한 통일 디자인 심포지엄 '2020 시작과 지향' 행사에서 김성우 국민대 통일디자인연구실 교수는 북한 IT기기와 서비스에 탑재된 UI/UX 디자인 분석 내용을 발표했다.

김성우 교수는 “UI/UX는 IT산업과 함께 발전해 왔다. 북한의 IT가 발전했다면 북한의 UI/UX도 발전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이에 소프트웨어(SW), 태블릿PC, 스마트폰, 웹사이트 4개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북한 스마트폰 UI에 대해 분석했다”고 말했다. 김성우 교수는 과거 KT, 삼성전자 등에서 근무하며 실제 스마트폰 앱 등 IT 분야의 UI/UX 개발, 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다.

김성우 교수는 2018년 10월 출시된 북한 스마트폰 평양2423의 앱들의 아이콘 디자인을 분석하고 남한의 GUI 현업 전문가, UX 디자인 석박사 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교수는 “북한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이용하는데 구글 안드로이드의 머트리얼 디자인을 따르고 있는지 알아봤다. 또 사실성을 중요시 하는 과거 디자인 트렌드인 스큐어모피즘과 2014년 이후 등장한 플랫(Flat) 디자인을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UI/UX의 품질 수준과 특징은 무엇인지 연구했다”고 말했다.

출처: 김성우 국민대학교 통일디자인랩 교수

머트리얼 디자인은 2014년 구글이 발표한 안드로이드 표준 UX 디자인 가이드라인으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OS는 기술자가 아니면 잘 모른다. 그런데 GUI는 직접 주민들에게 노출되는 요소다. 북한이 미국의 것을 그대로 노출할지 궁금했다”고 설명했다.

또 스큐어모피즘은 1980년대 전 세계 GUI를 지배했던 트렌드였는데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플랫(Flat) 디자인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이 어떤 기조를 따르고 있는지 김성우 교수는 연구한 것이다.

김 교수는 “평양2423의 기본 앱은 구글 머트리얼 디자인을 잘 따르고 있었다. 그런데 북한 고유 앱인 추가 앱은 머트리얼 디자인을 거의 따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추가 앱에서는 과한 디테일, 복잡도, 미비한 경계선 처리 등이 나타났다. 추가 앱들이 전체적으로 표준을 안 따르고 있지만 개별 앱을 보면 처음 사용하는 사람도 알 수 있도록 잘 만들어져 있다”고 밝혔다.

김성우 교수는 스마트폰 UI가 이렇게 혼재된 배경도 추정했다. 우선 북한이 UN제재 등으로 인해 중국에 생산된 스마트폰을 가져오면서 중국에서 만든 기본 앱과 북한이 추가로 탑재한 고유 앱이 혼재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렇다고 해도 북한이 기본 앱 아이콘을 빼고 다시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대로 둔 것은 IT 제품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크게 민감해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과학화, 세계화를 강조하고 있고 세계적 표준을 따르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구지 구글 표준을 배제할 이유가 없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 등 북한 최고지도부의 관심이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UI 트렌드와 관련해서는 북한 평양2423 추가 앱에 상당한 스큐어모피즘의 성격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같은 원인에 대해 김 교수는 과거 붉은별 3.0 OS에 당시 스큐어모피즘이 적용된 맥OS UI 성향이 아주 많이 반영됐는데 그때 영향이 다른 제품에도 영향을 준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 앱 UI에서 스큐어모피즘의 특징인 사실적 묘사를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GUI 품질과 관련해 김성우 교수는 문제가 있지만 발전 가능성은 높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에서 온 개발자와 인터뷰를 한 결과 “200~300명이 있는 IT회사에 2~3명 정도 디자이너가 있었다고 한다. 디자인 전문 역량이 아직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북한 앱을 보면 ‘<<’ 꺽쇠를 쓴다던지 UI 전문가 시각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연구 과정에서 여러 남한 전문가들이 북한 앱 UI의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봤다. 빠른 속도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라며 “북한이 폐쇄된 상황에서 이 정도를 만든 것도 대단한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출처: 김성우 국민대학교 통일디자인랩 교수

이날 행사에서는 산업미술, 디자인 전문가들이 북한 디자인과 관련해 다양한 발표를 진행했다. 홍지석 단국대학교 미술학부 초빙교수는 ‘천리마 시기 북한 산업디자인의 지향과 쟁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홍 교수는 1950~1960년대 북한의 산업화 과정에서의 미술과 산업미술의 관계, 북한 디자인 이념 등의 형성과정을 소개했다. 

김소연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디자인학 박사는 북한의 산업디자이너에 대해 발표했다. 북한의 디자이너들이 쓴 글과 활동을 분석해 디자이너들의 등장과 그들의 활동, 전문 분야, 관계 등에 대해 소개했다. 

최희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겸임교수는 세계지식재산기구를 통해 출원, 등록한 북한의 국제상표 91건을 분석했다. 최 교수는 “거의 한글을 상호명을 만든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또 브랜드명에 단붓질 등 동양적 선표현을 하고 있으며 국기와 국장을 제외하고 식료품 상표가 64.9%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북한이 미림승마구락부 상표를 영국, 스웨덴, 베네룩스, 중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을 국제출원 지정국으로 한 것을 보면 어디를 목표로 활용하려는 것인지 알 수 있다”며 “북한이 지정국을 설정하고 상표도 만든 것은 국제무역을 대비한 활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 상품 개발이나 교류를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국제상표로 등록해 놓은 북한 조직들과 상품을 미리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해겸 국민대 통일디자인연구실 수석연구원은 2012년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북한의 디자인 교육의 변화를 조명했다. 인재강국, 과학기술강국 등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의 변화를 분석했다.

또 김영철 홍익대학교 겸임교수는 ‘디자인평화협정: 새로운 한반도 디자인 상상’을 주제로 남북이 디자인 부문에서 어떤 협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발표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과 디지인 부문에서 남북 협력에 대한 아이디어를 논의한 과정도 소개했으며 남북 관계, 디자인 협력 등과 관련해 고민해 볼 사안들에 대해서 화두를 던졌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 독자님들의 뉴스레터 신청(<-여기를 눌러 주세요)이 NK경제에 큰 힘이 됩니다.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 NK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