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와 통일에 대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우리가 앞으로 남북 평화 공존과 통일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필자는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학생, 기업인, 연구자, 기관 및 기업의 남북 협력 담당자 등등 

그런데 남북 협력, 통일을 준비하던 사람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한 명, 두 명씩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나고 있다. 떠나지 않는 사람들 조차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학생들이 남북, 통일을 연구 주제로 선택하고 기업, 기관들은 어떻게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겠는가? 

이는 다른 의미에서 통일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의 원인은 통일에 대한 비전과 미래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밝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면 아무리 힘든 일도 참고 이겨낼 수 있다. 그러나 내일이 보이지 않는다면 견디기 힘들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남북 관계가 경색됐기 때문에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실제로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9월 평양정상회담이 열렸다. 또 그해 6월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곧 남북 평화 공존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됐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기대는 우려로 바뀌었다. 북한과 미국은 평행선을 달렸고 남한 정부에는 플랜B가 없었다.

2020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됐고 서해에서 남한 공무원이 피살되면서 남북 대화는 단절됐다. 2021년인 현재 문재인 정부와 통일부가 남북 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필자는 근본적인 문제가 신념과 새로운 비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 대북 정책을 답습한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의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했던 시기다. 그런데 2012년 김정은 총비서가 집권한 후 북한은 완전히 다른 북한이다.

과연 우리는 북한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남북 대화 정책을 추진했을까? 과거에 성공한 정책도 시대가 바뀌면 유물일 뿐이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신념과 비전이 필요하다.

그런 신념과 비전이 있었다면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남한 정부가 그렇게 당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새로운 북한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또 신념도 비전도 없이 대북 정책을 추진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임기가 1년 남은 문재인 정부와 대화하기 보다는 내년 봄 출범하는 차기 정부와 대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필자는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높았던 남북 평화, 통일에 대한 기대만큼 사람들의 실망도 크다. 일각에서는 남북 관계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나 현 정부에서나 결국 똑같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변화가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있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게 실망스럽다고 해서 좌절하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재조통일(再造統一)'을 말하고 싶다.

임진왜란 당시 지도자들은 무능했고 관료들은 당파 싸움에 매진했으며 일본과 명나라는 조선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피폐한 조선에는 희망이 없는 것만 같았다.

조국과 민족이 운명에 눈물을 흘리던 류성룡은 재조산하(再造山河) 즉 '나라를 다시 만든다'는 의지로 일어섰다. 재조산하는 명나라 사신이 류성룡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쓴 글귀에서 유래됐다. 2015년 드라마 징비록에서는 극적인 서사를 위해 이순신 장군이 실의에 빠진 류성룡에게 써준 것으로 표현했다.

재조통일(再造統一)은 말 그대로 통일을 다시 만든다는 것이다.

임진왜란 때 나라를 구한 것은 뜻 있는 선비들과 민초들이었다. 일제 강점기 민족의 미래를 위해 싸운 것은 고위관료나 유명인들이 아니라 평범한 국민들 즉 독립운동가들이었다.

청와대, 통일부 등 정부 공무원들, 정치인들은 바뀌지 않는다. 다음 정권에서도 그들은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서의 모습과 똑같을 것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남북 평화와 통일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지 말자. 

남북, 통일 분야 학계의 원로들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 학자들은 교조주의에 빠져있고 또 일부 학자들은 1990~2000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극히 일부 학자들은 좋은 자리(?)와 정치적 입지에 더 관심이 많다. 더구나 학자의 역량이나 능력이 아니라 선후배와 나이를 따지고 원로 즉 과거의 영광만 강조하고 있다. 그들이 새로운 학자들의 활동과 진출을 막고 있다.

언론들 역시 문제다. 일부 언론들이 확인도 되지 않은 기사들을 쏟아내고 꼬투리를 잡아 한국 사회의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 그들은 남북 평화와 통일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 

재조통일의 첫걸음은 새로운 북한을 아는 것이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모습을 연구, 분석하고 그것을 남북, 통일에 대한 모든 것에 전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새로운 북한을 연구하고, 새로운 북한을 알리자. 재조통일은 기존의 것들을 혁파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김정일 시대에 초점을 맞췄던 대북 정책은 폐기돼야 한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정책도 발전적으로 해체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성공단 대신 북한 은정첨단기술개발구에 남북 합작 연구소를 마련하자. 금강산관광 대신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로 가는 관광선을 출항시키자. 

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남북 관계자들이 꼭 만날 필요는 없다. 화상회의로 서울과 평양에서 남북 회담을 하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만나서 사진을 찍고 쇼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만드는 것이다. 

안보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군용 로봇, 인공지능(AI), 드론, 사이버공격 등 새로운 안보 위협 요인을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연구원들은 연구의 방향성을 새롭게 잡고 기업들은 새로운 통일의 시대를 대비하자. 새로운 북한을 연구하고, 과거 정책을 폐기하고, 새로운 방향을 잡는다면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가 진행될 것이다. 

새로운 통일의 시대는 우리 국민들이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몇몇 정치인, 학자들의 주장에 따라 또 공무원들의 정책에 따라 통일이 추진되던 방식은 이제 유효기간이 끝났다.

국민들이 다양한 아이디어와 행동 그리고 강인한 의지와 신념으로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

'그런 북한 연구를 왜 하느냐', '그런 대북 사업을 왜 하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들도 과감히 진행돼야 한다.

가령 북한의 변기와 남북 화장실 문화에 대해 연구를 한다고 하면 기존의 학자들이나 공무원들은 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연구는 남북 교류와 통일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내용이다. 위생 문제, 실제 생활과 관련있기 때문이다.

남북의 기후변화 대응, 북한의 맛집 탐방, 북한의 군용 로봇, 개마고원의 스마트농장 등 새로운 관점에서 연구하고 정책을 만들며 통일을 준비하자.  

재조통일에는 정답이 없다. 새로운 시대에 맞춰 우리가 필요한 통일 대책을 만들고 준비하면 그것이 재조통일이다.

바로 당신이 깊이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이 우리의 통일 방안이다.

현 상황에 실망도, 포기도 하지 마시라. NK경제는 통일 기득권 세력이 아니라 언제나 남북의 미래를 고민하는 당신의 편에 설 것이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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