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일부 달력과 관련해 소동이 벌어졌다. 야당과 일부 언론들은 통일부가 내부용으로 제작한 달력에 북한 기념일이 빨간색으로 표시된 것을 문제삼았다.

야당은 이것이 마치 큰 일이 발생한 것처럼 비난했다. 또 일부 언론들은 이를 더 포장해 자극적으로 보도했다.

사실 이것은 문제가 될 사안이 아니다. 남북, 북한 관련된 연구나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북한의 기념일을 인지하고 확인하는 것은 상식이다.

북한에서 기념일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출생일(4월15일), 김정일 위원장 출생일(2월16일), 북한 정권 수립일(9월9일), 로동당 창건일(10월10일) 등 주요 기념일에 열병식을 개최하거나 중요한 발표를 한다. 기념일에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위성발사, 장거리로켓 발사 시험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북한의 동향을 알기 위해서는 북한 기념일을 인지하고 분석해야 한다. 가령 10월 10일이 다가온다면 과거 북한이 10월 10일 어떤 행사와 발표를 했는지 그리고 현재 이와 관련된 이슈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오히려 통일부 공무원들이 북한 기념일을 인식하지 못하고 분석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진짜 문제다. 

달력에 표시하지 않고 기억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수도 있다. 그런데 통일부 공무원이 김정일 위원장 출생일을 머리속에서 되뇌이며 기억하는 것은 문제가 없고 달력에 표시해서 확인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인가? 트집을 잡으려면 공무원이 북한 기념일을 자기 생일처럼 기억하고 있다고 문제 삼을 수도 있다.

이것은 통일부 뿐만 아니라 북한 관련 업무를 하는 다른 부처나 공무원들도 모두 알고 있는 상식이다. 또 남북, 북한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과 대북 사업가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만약 야당이 이런 점을 모르고 지적을 한 것이라면 무지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공세를 한 것이라면 이것이 정치 공세를 할 사안인지 묻고 싶다. 국민의힘이 집권하게 되면 북한의 기념일에 눈을 감고 있겠다는 것인가?   

언론들의 태도 역시 큰 문제다. 통일부를 비난한 언론사들은 통일부 출입 기자를 두고 있다. 또 외교, 안보 등을 중점적으로 취재하고 있다. 

즉 해당 매체 기자들과 간부들이 대북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북한 기념일을 분석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선정적으로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일부 언론들의 논리대로라면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열린 북한 전원회의를 보도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통일부를 비난했던 언론들은 북한 전원회의 소식을 자세히 전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왜 북한의 행사를 국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알리는가? 

더 황당한 것은 언론들이 통일부가 전원회의 내용을 분석해서 배포한 자료를 기반으로 기사를 작성했다는 점이다. 기념일을 왜 인지하냐고 비난하더니 그렇게 한 통일부의 자료로 대문짝만하게 기사를 썼다.

필자는 이번 사안이 레드 컴플렉스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전후 상황을 따져보지도 않고 북한과 관련됐다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다.

설령 통일부가 내부용이 아니라 외부용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또는 다른 기관이나 기업이 달력에 북한 기념일을 표시했다고 해서 그것이 큰 문제인 것일까?

누군가 달력에 중국 기념일을 표시했다고 또는 미국 독립기념일을 표시했다고 그것 만으로 중국과 미국에 찬양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 달력이 싫다면 그것을 안 쓰면 되는 문제이지 마녀사냥을 할 사안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북한과 관련되기만 하면 의심하고 비난한다. 필자가 한 교수의 이야길 들은 적이 있다. 북한 관련 연구를 진행하던 교수가 북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자료를 우연히 보게 된 사람이 경찰에 신고했고 조사를 받아야 했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를 위해서 연구를 한 것인데 봉변을 당했다. 그 교수는 아무런 혐의가 없었고 처벌도 받지 않았다.

필자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다. 정치, 이념과는 상관없는 북한 IT 기사를 썼다. 그런데 그 기사를 보고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내용을 썼다고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칼럼을 보고 신고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눈을 가리고 앞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북한을 봐야 북한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을 보지 말라고 하면서 어떻게 북한을 알겠다는 것인가? 

통일부 달력 소동 같은 일이 계속 발생한다면 앞으로 누구도 북한 관련 업무나 연구를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눈을 감고 북한을 보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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