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일 밤 비상계엄 내란 사태 후 가장 가슴을 졸인 사람들이 자식을 군대에 보냈던 부모들이었다.
비단 그들 뿐이겠는가. 군인을 배우자로 둔 사람들, 형제자매, 자녀들까지 군인 가족들이 모두 어쩔줄 몰랐을 것이다.
자신의 가족인 군인들이 비상계엄 상황에서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었고 또 다른 사람들을 해치는 가해자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상황이 해제됐지만 군을 향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면서 군인 가족들까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권력에 눈이 멀었던 일부 군인들을 제외하고 명령에 따라 동원된 대다수 군인들도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다. 명령을 받고 당황했을 것이며 사태 이후에는 죄인이 된 기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가 화가 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 아니 윤석열씨가 군인과 그 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윤씨는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며 국민들에게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 잠깐의 상황에 놀랐던 국민들에게 사과한다고 한 것이 전부다.
필자는 윤씨가 군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그것만으로도 대통령으로써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윤씨는 대통령으로써 군인들에게 명령할 권한이 있는데 자신이 왜 사과를 하느냐고 또 큰 소리 칠 것이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다. 그리고 군인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군인은 직업이 군인인 것이지 대통령의 부하나 머슴, 노비가 아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이 위임한 권한에 따라 민주공화국을 수호하기 위해 군인들을 통솔하는 권한을 갖고 있을 뿐이다.
대통령이 국민을 지키고 민주공화국을 수호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협하고 민주공화국을 파괴하는데 군대를 동원한 것 자체가 불법적이며 부당한 명령이다. 그렇게 하라고 국민들이 군통수권을 윤씨에게 위임한 것이 아니다.
윤씨가 군대를 안 다녀와서 모르겠지만 군인들에게 적국이 아닌 내부로 총구를 돌리게 하는 것은 형제들, 가족들을 조준하라는 의미와 같다. 윤씨는 군을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만들려고 했다.
윤씨와 김용현 일당이 동원한 부대들을 보면 그런 행위 자체만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한 행동이었다.
특수전사령부 병력은 전쟁 발발시 핵심 전력으로 전장에 투입돼야 하며 대테러 업무도 수행한다. 그런데 국회가 전쟁터이고 국회의원들이 테러리스트인가?
평시 방첩사령부는 군 내부 보안과 기밀유출 방지를 담당한다. 민간 부문에서는 경찰이 있다. 그런데 전쟁 상황도 아닌데 방첩사 병력으로 민간인들을 체포, 구금을 시도한 것 역시 문제다.
정보사령부는 대북 업무에 특화돼 있으며 다른 업무에 동원해서도 안 되고 그 자체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 역시 윤씨와 김용현 일당은 정보사령부도 동원했다.
비상계엄도 위헌이고 전체적인 명령 자체도 불법이지만 목적에서 벗어난 부대 운용과 명령은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제일 큰 문제는 이들 부대이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으며 국민들이 그들을 신뢰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앞으로 이들 부대들이 무엇인가 하려 한다면 그것이 정당한 활동이라도 국민들은 의심부터 할 것이다.
즉 대한민국 안보는 파괴됐고 이를 복구하는데 수십년은 걸릴 것이다.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윤씨를 옹호하며 안보를 외치는 일부 보수세력이 한심하다.
군인들은 나라지키려고 입대한 것이지 불법 명령을 받으려고 입대한 것이 아니다. 부모들 역시 자기 자식들을 쿠데타에 이용당하라고 군에 보낸 것이 아니다. 또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를 애국자로 생각했다가 반역자로 불리는 것을 본 군인 자녀들은 무슨 죄가 있는가.
필자는 윤씨가 군인들에게 사과하지 않는 이유가 군인들을 국민이 아니라 자기가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부하로 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윤씨는 검찰에서도 그랬을 것이다. 제왕적으로 군림하면서 다들 자신의 부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때문에 자신에게 쓴 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배신자라고 하면서 두고 보지 못하는 것 같다.
필자는 윤씨가 앞으로도 군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씨와 김용현 일당들은 자신들이 좌파, 진보세력에서는 공격받지만 그래도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하지만 그들은 대한민국 군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국가 안보를 파괴한 진정한 보수의 적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