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영화 서울의봄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됐을 수 있습니다.

담배 연기 속 어두운 골방에서 떠들썩하게 술잔이 오고 가고 사람들이 형님, 아우를 외친다. 충성과 절대로 배신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누가 어디를 맡고 누가 어디로 간다는 이야기도 한다.

얼핏 조직폭력배들의 모임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사조직의 모습이다.

2023년 폭탄주 돌리는 어떤 사람들의 모임으로 오해할 수 있다. 형님, 아우하면서 술판을 벌이고 자신들의 특정 인맥 사람들로 각 기관의 자리를 채우는 사람들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1979년 12월 한국 군 사조직 하나회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 서울의봄은 1979년 12월 12일 발생한 군사반란(쿠데타)를 다룬 영화다. 정확히 전두환(영화 속 전두광), 노태우(영화 속 노태건) 등 군인들이 만든 사조직 하나회가 대한민국을 집어 삼키는지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역사가 영화의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모두가 결말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열연과 적절한 편집을 통해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준다. 단순히 대한민국이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장군멍군 같은 상황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쿠데타를 저지할 수 있었던 상황이 있었지만 무능한 지휘관들이 망쳤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전두광역에 황정민의 비열한 연기는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전두환은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로 그려졌다면 서울의봄에서 전두광은 아주 비열한 악당으로 그려진다. 

전두광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국가 체계와 법질서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사람들에게 뒤통수를 치고 이용한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과 비열함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한다. 악마가 있다면 이렇게 비열한 모습일 것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노태건 소장 역시 새롭게 그려진다. 그는 전두환에 비해 소극적이고 온건한 모습으로 드라마를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의봄의 노태건은 명실상부한 2인자 그 자체다. 전두광을 대신해 상황을 진두지휘하고 결정적인 순간 냉혹한 모습을 보인다.

정우성이 맡은 반대측 이태신 소장은 의욕은 있지만 무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무력감이 오히려 그 때 상황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영화에서 진짜 빌런은 국방부 장관과 육군참모 차장이다. 무책임, 무능이 얼마나 큰 죄인지 알려준다. 그들의 모습이 진짜 관객들이 분통이 터진게 만든다.

서울의봄에서 결정적인 장면이 있다. 최전방을 지키고 있던 9사단 병력을 군사반란을 위해 서울로 진입시킨 것이다. 이를 주저하는 장군들에게 전두광은 "북한 김일성은 때려 죽여도 안 내려온다"고 외친다.

그렇게 최전방을 지키던 9사단이 서울로 내려오는 것도 모자라 서울 외곽을 방위하던 특전사 병력도 쿠데타에 동원된다.

보수세력들은 북한의 위협을 매번 강조하는데 보수정권 대통령이었던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은 북한이 안 내려온다며 전방 병력을 반란에 동원한 것이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런데 만약 북한이 내려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서울의봄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욕망에 사로 잡혀 끼리끼리 자리를 나눠 먹으려는 사조직이 어떻게 나라를 망치는지 역사의 교훈을 주고 있다. 또 무능한 사람들이 리더로써 장관, 차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준다.

이런 교훈 뿐만 아니라 영화 자체로도 재미있다. 서울의봄은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다만 영화를 보다가 분통이 터지고 화가 나는 것은 이 영화의 단점이다.

아리랑극장 평점: 4/5 ★★★★☆

제작국: 한국

개봉일: 2023년 11월

감독: 김성수

출연: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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