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대한민국의 통일방안을 즉 통일비전을 바꾸려 하고 있다. 

통일부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통일방안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다.

김영삼 정부는 1989년 9월 11일 노태우 정부 시기에 발표된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일부 수정해 1994년 8월 15일 '민족공동체통일방안'으로 발표했다. 이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가 이를 계승했다.

윤석열 정부는 1990년대 만들어진 대한민국의 통일방안, 통일비전을 시대 변화에 맞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시대 변화에 맞춰 통일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밀실에서 극우 인사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통일방안에 반대한다.

통일부와 장관은 새로운 통일방안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통일부가 새로운 통일담론을 마련한다며 진행한 연구에서는 평화, 민족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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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지난해 10월 31일부터 12월 30일까지 '자유민주주의 통일담론 연구'를 진행했다.  

최종보고서는 그동안 통일이라는 목표보다 화해-협력이라는 과정에 매몰돼 왔다며 남북 화해 협력 주장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평화적 공존은 북한 동포를 현 북한 체제 하의 경제적 빈곤과 정치적 압박에 내버려 둔다는 반인권적이며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비난했다.

연구진은 평화적 공존 주장이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라면서 남한이 북한의 체제를 전환하는 방식의 통일을 제시했다. 이는 남북 갈등을 넘어 무력충돌까지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이다. 

대한민국의 통일방안에서 평화를 부정하고 빼겠다는 것은 반헌법적이다. 대한민국 헌법 4조는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한민국 공식 통일방안에서 평화를 빼려면 헌법부터 개정해야 한다. 

더 우려되는 점은 자유민주주의와 민족에 대한 시각이다. 윤석열 정부의 통일부는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치 이전 정부가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을 추진하지 않은 것처럼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그동안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서는 통일의 기본철학으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두고 있다. 보수정권인 노태우, 김영삼 정부 시절 정립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좌파의 통일방안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통일부 연구에서는 통일방안의 민족을 빼고 체제에 기반한 통일을 강조했다. 이는 우리가 왜 통일을 해야하는지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생물학적, 유전학적 민족을 따지던 시대가 지났다. 그렇다고 해서 민족 개념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변했다고 생각한다.

민족은 역사, 문화, 생활, 언어, 가치관 등을 공유하는 공동체인 것이다. 남북 통일은 민족공동체로서 함께 우리의 것을 지키고 계승 발전시키려는 몸부림이다.

극우인사들의 주장처럼 민족에 상관없이 지리적 위치와 정치, 경제적 필요에 따라서 같은 체제의 국가들이 통일해야 한다면 남한과 일본이 통일을 해야하는지 묻고 싶다. 남한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이웃해 있고 통합 시 경제적 이익도 있다. 정치적으로는 한미일 동맹의 일원이고 체제 역시 자본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극우인사들에게 광화문 광장에 나가서 대한민국과 일본 통일을 외쳐보라고 말하고 싶다. 과연 국민들이 가만히 있을까? 통일에서 민족을 부정한다면 남북 통일을 추구할 이유가 없어진다. 

언론들에 따르면 최근 통일부 장관은 '자유의 북진' 통일방안을 언급했다. 대한민국의 통일방안에서 '평화', '민족'을 빼고 북한 체제 전환, 북진을 통한 통일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북한으로 쳐들어가서 통일을 하겠다는 이승만 정부 시절을 보는 것 같다. 북진을 외치던 이승만 전 대통령은 6.25 전쟁이 발발하자 국군이 승리하고 있다는 방송하면서 자신은 국민들 몰래 서울을 떠나 피신했다. 

과연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런 통일방안을 원할까? 필자는 극우적인 통일담론 논의에 반대한다. 차라리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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