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있어서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이다.

최근 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 지청천, 이회영, 이범석, 김좌진 등 독립군 흉상을 육사 교정에서 철거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결국 홍범도 장군의 흉상은 육사 외부로, 4명의 독립군 흉상은 육사 내 다른 장소로 이전하게 됐다. 

필자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대한민국에 파시즘이 등장할 수 있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파시즘의 특징인 절대적 국가주의, 극단적 반공주의, 입법부의 무력화 등이 모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파시즘이라고 하면 독일 나치즘을 연상한다. 반유대주의가 없는데 무슨 파시즘이라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정확히 파시즘은 국가주의, 권위주의, 반공주의 등이 결합된 극우적 정치 사상이다.

나치즘은 파시즘의 한 종류일 뿐이다. 파시즘은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스페인에서는 프랑코 파시즘이, 일본에서는 천황제 파시즘이 그것이다.

파시즘의 특징은 반공주의를 명분으로 반대 세력을 모두 공산주의자로 몰아간다는 점이다.

제국주의 일본의 파시즘은 한국 독립운동가들을 전부 빨갱이라고 지칭했다. 진짜 공산주의자 뿐 아니라 우파, 무정부주의 등 전부 빨갱이로 몰았다. 그들에게는 우파인 이승만 전 대통령, 김구 선생도 빨갱이였다.

일본은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을 반공을 명분으로 체포하고 고문하고 살해했다.

국방부 장관은 홍범도, 지청천, 이회영, 이범석, 김좌진 흉상 이전과 관련해 공산주의 이력이 있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범석 장군은 독립군 출신으로 이승만 정부에서 초대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공산주의와 관련이 없다.

소련 공산당 가입을 지적받는 홍범도 장군은 6.25 전쟁은 물론 대한민국이 건국되기 전인 1943년 사망했다. 더구나 반공정권을 표방한 박정희 정부가 홍범도 장군에게 건군훈장을 추서했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문제가 없다고 한 이념 문제를 그 시대를 경험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왈가불가하고 있는 것이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말처럼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공주의가 절대적 국가주의와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부터 '반국가 세력', '공산 전체주의 세력'을 계속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반국가 세력은 이전 문재인 정부, 평화 통일을 주장한 사람들, 야당, 시민단체, 노조 등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9월 1일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사를 통해 "공산 전체주의 세력과 그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 그리고 반국가 세력은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캠프 데이비드에서 도출된 한미일 협력 체계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핵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일본 핵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반일을 선동하는 반국가 세력, 공산 세력으로 지칭한 것이다. 이는 현 정부에 반대하면 모두 반국가 세력, 공산 세력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어쩌면 앞으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소위 반국가 세력에 대한 감시, 조사, 수사, 검거, 처벌 열풍이 불지도 모른다. 윤석열 정부에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빨갱이로 불리며 조사를 받고 투옥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대한민국 입법부의 무력화다. 독일 히틀러와 나치당은 공산주의자가 의사당을 방화한 것을 명분으로 수권법을 추진했다.

국가 위기 상황 속에서 국회 입법부의 기능을 행정수반 히틀러에 위임하는 법안이다. 이에 따라 야당, 의원들의 견제는 사라지고 히틀러의 지시가 곧 법이 됐다.

5명의 독립군 흉상 이전과 관련해 야당은 물론 여당 주요 인사들도 반대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전 대표, 유승민 전 대표는 물론 여러 의원들과 원로들이 비판했다.

과거 권위주의 보수 정부에서 이같은 반대가 있으면 재검토를 하는 등 눈치를 봤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야당은 물론 여당 중역들의 주장도 묵살한 것이다. 이는 국회 입법부를 무시하는 것을 넘어 무력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향후 남북 긴장이 고조되고 북한이 도발할 경우 윤석열 정부는 국가 위기 상황을 명분으로 입법부에 대한 모종의 조치를 할지도 모른다.

파시즘이 무서운 것은 공포를 조장한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부조리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파시스트들은 국가, 사회를 정화하고 새로운 국가, 세상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과정에서 파괴가 이뤄진다. 

윤석열 정부의 다음 타겟은 의열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의열단 단장 김원봉을 문제 삼고 있다. 앞으로 의열단에 참가했던 독립운동가들이 역사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저항시인 이육사도 의열단 출신이었다. 빨갱이 시인의 시가 교과서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이육사의 광야, 절정, 청포도 등이 삭제될지 모른다.

윤석열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물론 미국이나 일본 등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신고를 당하고 조사를 받고 직장에서 쫓겨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요즘 세상에 파시즘이 나타나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오늘날 구 시대적인 파시즘적 행태를 보이는 정치인, 관료들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먹고 살기도 힘들고, 미래로 나아가기에도 바쁜 세상에 시대를 역행하는 지도자들이 있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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