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손가락으로 두 눈을 찔러서 앞을 보지 않겠다는 사람이 있을까?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제 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을 보면 스스로 눈을 찌르고 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나가는 정보를 통제하고 폐쇄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북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

북한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통일, 남북 교류 협력은 물론 안보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북 정책을 수립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때문에 북한을 알기 위해 입체적이고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 소식을 전하는 많은 기사가 나와야 하고 좌우 이념에 상관없이 다양한 북한 연구도 진행돼야 한다. 또 북한 상황에 대한 많은 의견과 주장도 수렴돼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 체계가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국가 공산 전체주의를 언급하면서 북한을 바라보는 눈이 왜곡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관, 기업들은 북한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금기 시 하며 관련 연구를 중단하고 담당 직원도 없애고 있다. 이에 북한 연구를 포기하고 다른 분야로 전향(?)하는 연구자도 속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과 정부 고위 인사들이 입맛에 맞도록 기사, 연구, 주장 등이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복수의 취재원들에 따르면 한 정부 연구 과제에서 특정한 주제는 물론 특정 용어, 단어까지 빼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다. 또 북한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특정 연구기관 소속 관계자를 배제하라는 이야기, 연구자들의 이념과 성향을 파악해서 선별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학계 학술행사, 토론회 등에서도 주제와 연구자들의 이념을 따지면서 특정 연구자를 빼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여러 경로로 압력을 넣는 것은 물론 후원 중단 협박까지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즉 보수주의 관점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연구자만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보수주의 관점이 아니라 뉴라이트 극우사상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한 연구자에 따르면 학계에서 보수로 알려진 학자 조차도 이념에 문제가 있다며 배제됐다는 것이다. 

언론사들에 대해서도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가짜뉴스를 언급하면서 퇴출, 언론사 등록 취소 등을 언급하고 있다.

이에 일부 언론사들은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눈치를 보고 있으며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는 북한 관련 기사 게재를 꺼리는 분위기다. 정부의 기조와 다른 기사를 썼다가 가짜뉴스로 지목당해 언론사 등록이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탈주민들 사이에서도 이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정부, 학계, 언론 등에서 북한이탈주민을 인터뷰해서 정보를 얻고 있다. 정부 기조가 극우보수로 기울어지면서 정부의 입장과 다른 주장을 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만난 한 북한이탈주민은 북한 식량 사정이 윤석열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전국에 아사자가 넘쳐서 정권이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주장이 기사로 보도되거나 외부로 알려지는 것도 원치 않았다. 통일부 등 정부 입장과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것을 꺼린 것이다.

더 나아가 보수 정부, 보수 언론 등이 원하는 것에 맞추기 위해 북한이탈주민들이 정보를 선별하고 과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일부 극우성향 연구자들과 언론들만 남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라면 북한이 곧 망할 것이라고, 북한이 하는 모든 것이 실패라는 이야기만 들릴 것이다. 북한은 지옥이고 북한 사람들은 모두 악마라는 정보만 넘쳐 흐를 것이다.

이런 정보는 대통령과 장관들 그리고 극우 유튜버들을 즐겁게 할 것이다. 소식을 듣고 흐믓해하면서 술마시고 웃고 떠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렇게 일방적인 생각과 이념, 방향성을 갖고 선별된 정보는 정확한 사실이라고 할 수 없다. 다양한 정보와 주장, 의견들이 종합적으로 분석돼야 의미있는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왜곡된 정보는 대한민국에 큰 피해를 줄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이 일본과 회담을 하려고 하는데 절대로 그럴리가 없다는 정보를 믿는다고 가정해보자. 이에 맞춰 한국이 외교, 대북 정책을 수립해놓고 있다가 진짜로 북일 회담이 열린다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북한이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을 추진하는데 낙후된 북한이 무슨 AI를 하느냐고 판단한다면 어떨까? 북한 인공위성이 깡통이라고 믿다가 실제로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게 된다며 어떻게 될까?

6.25 전쟁 초기 일부 군인들은 이승만 대통령의 심기를 어지럽힐 수 없다며 국군이 이기고 있으며 북진할 것이라고 거짓 정보를 보고했다. 그로 인해 나라가 망할 뻔 했다.

이런 역사가 다시 되풀이 되서는 안 된다. 당장 자신의 손가락으로 두 눈을 찌르는 것과 같은 연구자들과 언론을 탄압하고 블랙리스트를 운영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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